[기고] 지방정부 우수정책 최우수상 수상한 제주도 응급의료체계 혁신
[기고] 지방정부 우수정책 최우수상 수상한 제주도 응급의료체계 혁신

제주도는 작년 2월 의정갈등이 시작되던 시기 응급의료체계 혁신을 시도했다. 응급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 최근의 현실에서 의정갈등은 오랫동안 풀지 못하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을 높였다. 제주도의 선제적 응급의료체계 혁신은 적시에 감행했다. 그 덕분에 제주도는 응급환자가 병원전단계에서 병원단계로 진입하지 못하는 응급환자가 발생하자마자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당 문제의 치료가 가능한 의료진이 근무 중인 병원에 도달해야 한다. 치료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그런 치료기술은 항상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있지 않다.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응급 상태를 담당하는 힘든 의료업무를 하는 의료진에 대한 보상이 다른 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의료진에 비해 오히려 적은 현실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의료소송을 당할 위험도 더 높기 때문에 이런 응급 상황을 담당하는 의료진은 점점 하던 일들을 포기하고 그만두고 있다. 예전엔 치료가 가능했던 응급질환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젠 치료할 병원이 줄어드는 역설을 만나게 만든다. 치료기술은 발전하지만, 치료를 제때 받을 확률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이 지금의 한국의 응급의료 상태다.
치료 가능한 병원이 오늘은 어디인지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그곳으로 응급환자를 단번에 이송해야 하는 일은 올해 10월 중순부터 국무총리실의 주요 과제가 되었다. 그 업무의 책임부처인 병원 응급실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와 병원전 이송을 책임지는 소방청 사이의 응급환자를 위한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과 진단을 통해 이 두 부처 전체를 아우르는 상위의 책임 중앙정부조직인 국무총리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나서면서다.
제주도는 이 두 부처의 제주도 버전에 해당하는 조직들과 그 관련 기관들의 모임을 통해 응급환자의 병원전단계와 병원단계가 효과적으로 협업과 분업을 하는 데 존재하는 난관들을 2024년 2월부터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다른 지자체가 이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집권여당의 최우수 지방행정상의 수상을 통해 국무총리실에 어제 그 해답을 보여준 셈이다.
소방과 응급 각각에 다양한 조치를 취해올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분야를 책임지는 제주도 관계자들이 상시 논의가 가능하도록 응급의료 대응 실무협의체를 구성(2024. 3.)하고 여기서 이송문제 사례 조정을 끊임없이 리뷰하고 잠재적 위험을 조기 발견하여 미리 풀어오는 과정을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진심을 다해 문제를 검토하는 담당자들이 있는데 풀지 못할 문제가 무엇이 있을까?
자신의 담당업무를 앞세우려들면 협업과 분업이 효과적으로 될리가 없다. 그러나 서로를 이해하고 원팀이 되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은 우리 개개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수도 없이 경험한다. 이런 상상으로는 당연한 일임에도 실제로는 잘 일어나지 않는 그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결국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내려 놓고 서로 대화해 나가게 만드는 자리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상대방을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 역량이 있는 곳에서만 이런 일이 생겨나는 법이다. 제주도는 도청, 소방, 응급의료지원센터, 응급의료기관(6개소) 간의 유기적 관계 구축을 이루어 냈고, 이 협의체가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그 중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응급 분야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퇴장 방지를 위해 재정적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하였다. 이 지원금은 그 금액의 충분함과는 별도로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의료진에겐 자신들의 노력을 알아주는 제주도민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환자를 이송하는 응급차량은 그 싸이렌 소리로 주변의 차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로부터 양보를 받아 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었는데, 제주도 협의체의 논의는 제주도 내 교통신호체계를 AI를 기반으로 하여 응급차량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응급차량의 전진방향에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고 다른 방향에 적색신호가 되도록 하여 교차로에서 자발적 양보를 얻는 동안의 응급차량의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필연적인 감속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바꾸었다. 이로 인해 감속구간 없이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소방과 응급이 동일한 정보시스템을 활용하여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응급환자의 상태를 신속 평가한 결과에 가장 최적합한 의료진이 현재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으로 직행할 수 있어 구급대원의 응급실 전화뺑뺑이를 하지 않아도 되게 개선했다. 소방 특별구급대를 확대 편성하고, 도청의 응급의료팀을 확대 편성하였다. 헬기 출동과 관련한 기관들과의 협력이 다양하게 진행되었고, 헬기의 기상 여건 악화에 좀 더 대응할 수 있도록 격납고가 전국 최초로 공항 내에 만들어졌다. 어느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제주도가 만들어낸 제주도민을 위한 협의체의 구성원들의 지혜가 모여서 만들어내고 있는 아름다운 서사시다.
이런 노력은 과정도 아릅답지만 결과도 뚜렷했다. 응급환자 발생 시점부터 치료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이 협의체는 모든 사례들에 대한 검토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 고쳐온 결과 역시 큰 개선이 있었다. 응급실로의 이송 속도는 교통사고로부터 더욱 안전해지면서도 빨라졌는데, 평균 시속 48㎞(2023년)에서 57㎞(2024년)로 1년 사이 9㎞ 빨라졌다. 킬로미터 당 87초(2023)에서 73초(2024)로 14초를 단축한 것인데, 평균 이송거리가 23㎞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5.4분을 단축한 것이다.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에게 5.4분은 실로 생존확율은 현저하게 높인다.
이송시간만 단축된 게 아니다. 최적 조건의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소방과 응급의 공동정보체계 운용의 결과는 응급실 도착 후 의사진료 대기시간도 43.3분 (2023)에서 20.8분(2024)으로 22.5분을 줄여서 전년도 대기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는데, 같은 기간동안 전국평균은 줄지 않고 오히려 약간(1.6분) 늘었다. 그 결과 이전의 제주도 대기시간은 전국 평균의 3~5배 이상 길었으나, 2024년 이후 전국 평균과 거의 같아지는 큰 개선이 일어났다. 결국 병원전단계에서 5분, 병원내단계에서 23.5분, 도합 28.5분을 단축함으로써, 응급환자의 치료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큰 진전을 협의체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