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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삶을 지키는 힘, 제주형 '지역완결 의료체계'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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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 필요

현재 제6기(2027~2029년)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평가가 진행 중이며, 올해 말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는 제주가 기존 서울권에서 분리돼 별도의 진료권역으로 설정되면서 지역 의료계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단순히 규모가 크거나 인지도가 높은 병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암과 심뇌혈관질환, 중증외상 등 고난도 중증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의료전달체계에서 최종치료를 담당하는 중요한 축이다.

따라서 이번 지정의 의미를 짚을 때도 '어느 병원이 지정되는가'라는 타이틀 경쟁에 매몰되기보다, '제주에서 발생한 중증환자를 지역 의료체계가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이 앞서야 한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상 타지역 이동에 제약이 크다.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처럼 분초를 다투는 질환에서는 신속한 진단과 처치, 수술, 중환자 치료까지 한곳에서 이어지는 지역 내 최종치료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상급종합병원이 제주에 들어선다고 해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원정진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인프라를 찾아 서울 대형병원을 방문하는 현상은 제주뿐 아니라 전국 지방 의료가 공통으로 마주한 현실이다. 희귀질환이나 극고난도 수술처럼 지역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전문분야 치료를 위해 타 지역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의료 이용 형태이기도 하다.

따라서 원정 진료를 단순히 줄이는 것보다 중요한 과제는, 지역 내에서 치료 가능한 환자는 제주에서 충분히 치료하고, 고난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결국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원정 진료 해소의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지역 의료의 완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역 의료-수도권 의료의 연결

제주한라병원은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원정진료의 불편을 줄이고, 제주지역에서 가능한 진료와 수도권의 전문 진료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협력체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2026년 3월부터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제주한라-세브란스 공동진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공동진료센터는 제주와 서울의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와 치료 계획을 공동으로 논의하는 구조다. 제주에서 가능한 진료는 지역에서 이어가되, 추가적인 전문 치료가 요구될 때는 세브란스병원 등 최적의 기관으로 신속히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면서도 불필요한 장거리 이동을 줄이고 진료의 연속성을 극대화하는 현실적 대안이다. 환자와 가족이 수차례 상경해야 하는 피로를 줄이고, 양측 의료진이 긴밀히 협력한다는 점에서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위한 실질적인 기반으로 볼 수 있다.

△제주에 필요한 것은 의료역량의 강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는 특정 병원 하나의 역량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동네 병·의원의 조기 발견, 지역 의료기관에서의 적정 치료,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치료까지 전 과정이 매끄럽게 맞물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주한라병원은 2011년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2020년 권역외상센터 개소에 이어 2023년부터는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를 운영하며 중증·응급의료의 최일선을 지켜왔다. 아울러 제주특별자치도 응급의료지원단을 통해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연계와 지원에도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세브란스와의 공동진료체계를 통해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의료와 지역 밖에서 필요한 전문치료를 연결하는 역할까지 확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개별 시설이나 장비의 보유 여부가 아니다. 환자 발생 단계부터 이송, 응급 처치, 수술, 중환자실 집중치료, 회복기 케어까지 신속하고 막힘없이 흐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지역 의료역량의 핵심이다.

△건강안전망은 '예방'에서 시작된다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는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질병이 발생하기 전 건강 위험을 발견하고 관리하는 예방체계 역시 중요한 한 축이다.근로자에게 일터는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핵심 공간이다. 장시간 노동, 교대근무, 유해 요인 노출, 직무 스트레스는 뇌심혈관질환이나 근골격계질환 등 만성·중증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현재 제주근로자건강센터는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를 위한 건강상담과 직업병 예방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제주직업트라우마센터는 산업재해 피해 근로자의 심리적 치유와 일상 복귀를 돕고 있다. 일터의 잠재적 위험을 미리 줄이고, 이상 발생 시 즉각 의료 현장으로 인계하는 연결망이 필수적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이후의 준비

제주한라병원 역시 이번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도전하며 지역 의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인 과제는 '타이틀 획득' 자체가 아니라, 이를 발판 삼아 도민과 근로자가 체감할 수 있는 견고한 의료체계를 완성하는 데 있다.

의료기관, 중증 치료 병원, 119 소방 및 응급이송체계, 근로자 건강관리기관이 유기적인 하나의 망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지역에서 완결할 수 있는 환자는 끝까지 책임지고, 더 높은 수준의 처치가 필요한 환자는 신속하게 최적의 병원으로 연계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올해 말 발표될 결과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여부를 떠나, 제주 도민과 일터의 근로자들이 아플 때 불안해하지 않고 안심하며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예방부터 응급, 중증치료, 회복, 그리고 전문 연계까지 촘촘히 엮어낸 '지역완결형 의료체계'야말로 제주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힘이다.

■정리=전예린 기자

출처 : 제민일보(https://www.jemin.com)